15년 전,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가 책을 꼭 끌어안은 채 물었습니다. 몇 번이고 펼쳐 읽던 책을 집에 가서도 계속 보고 싶었던 거겠지요. 아직 도서 대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다시 돌려줘야 했지만, 아이의 눈빛은 반짝였습니다. 책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그 반짝임.
그 순간, 이 작은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탄센 어린이 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네팔 중부의 작은 산악 도시 탄센. 이곳은 웅장한 히말라야의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발전된 도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산길을 따라 이어진 마을은 접근조차 쉽지 않고, 교육이나 의료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집안일이나 생계를 도우며, 배움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하루를 살아갑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지만, 교실엔 교과서 외의 책이 거의 없고, 배움의 기회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학업을 포기하고 일터로 나서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탄센에 아이들이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이 생겼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작은 기적이었습니다.
탄센 어린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상상해 보고,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며, 새로운 꿈을 키워갑니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 도서관 한쪽에서 조용히 책만 보던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동아리 모임에서 마침내 용기를 내어 한 문장을 읽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의사가 되고 싶어요.”
수줍음이 많던 그 아이는 이제 청년이 되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며, 다른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탄센 어린이 도서관의 변화는 작은 새싹에서 아름드리 나무가 된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라났습니다. 처음엔 아이 몇 명이 드나들던 소박한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지역 사회와 학교, 그리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중한 배움터로 자리잡았습니다.
글로벌케어는 지난 20년 가까이 아동 결연을 통해 탄센의 아이들을 지원해왔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더 큰 꿈을 품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중심으로 보다 지속가능하고 전인적인 교육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언젠가 이 도서관과 함께 성장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의 손을 잡고 다시 도서관에 찾아오는 날을 그려봅니다. 아직 많은 도전이 남았지만, 후원자님과 함께라면 이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